(한국어) 언어

언어

가끔씩 변호사가 필요 없다는 신선하면서 건전하지 못한 신념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비영어권 출신 이민자임에도 불구하고 영어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 법대 문턱에 가보았다는 사람들, 인터넷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 등등 변호사의 도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적용되는 문구는 단 한 가지뿐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Contract 나 agreement 도 서슴지 않고 작성하는 경우도 수없이 자주 본다. 물론 변호사들이 개입하게 되면 경비 부담 이외에도 일이 지연될 수 있고 아예 성사가 되지 않을 경우도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며 건너려니 쇠뿔을 단숨에 빼려는 사람이나 마치 사생결단 진로의 기로에라도 서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의 진전이 더디기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일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면 변호사란 존재는 귀찮은 장애물이 될 뿐이다. 그렇다고 애매모호한 행위에 가담하는 변호사는 없을 것이다. 불필요하게 여겨지는 기나긴 계약서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기왕이면 처음에 정확하게 이해하여 나중의 오해를 피하자는 뜻에서이다. 처방보다 예방이 낫지 않을까.

영어가 전 세계를 지배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에는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의 진수를 영어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수십만 개의 단어들을 사용하여 모든 상황과 의도, 표현을 간결 명확하게 수식할 수 있다. 말의 색깔이 중요해질 수 있고 단어의 선택에 따라 의미가 변하게 된다. 합의서, 계약서 등을 자주 접촉하는 호주에 사는 이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중요한 서류를 당사자들이 한글로 간단하게 종이 한 장에 적고 찢어 나누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나중에 읽어보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거나 ‘머리(Head) 자르러 이발소에 간다’는 표현과 같이 되어 버리고 말아 문서는 작성자의 의도를 대변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영어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70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뛰어난 유머 센스를 간직하고 있는 전 감사원장 한승헌 변호사는 미국 하버드 대학 견학차 보스턴에 가서 길을 건너려는 차 도로 건널목의 신호등이 ‘WALK’에서 ‘DON’T WALK’로 바뀌었단다. 자신은 주저함 없이 당당하게 뛰어서 건너가고 동행하던 미국 교수가 다음 ‘WALK’신호에 건너와서 자신의 교통신호 위반을 지적하더란다. 한승헌 변호사의 답변은 ‘DON’T WALK’라서 ‘걸어가면 안 되는 줄 알고 뛰어간 것뿐이다’. 그는 또 남자화장실 입구에 ‘MEN’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혼자(‘MAN’) 서는 못 들어가는 줄 알고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한참 동안 서서 기다리며 영어실력과 준법정신을 발휘했다고 한다.

법률용어도 마찬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위 FAMILY COURT (가정법원) 라 불리는 곳이다. 그곳이 어떻게 ‘가정법원’이란 말인가. 거기서는 가정이 성립되는 곳이 아니라 파괴되는 곳에 불과하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수십 년을 헤어진 사람들도 ‘(이산) 가족’이라고 불리는 마당에 합법적 부부가 들어가 남남으로 되어 나오는 곳을 어떻게 ‘가정법원’이라고 부르겠는가. ‘이혼 법원’ (DIVORCE COURT)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과실치사로 번역되는 Manslaughter도 나누면 man’s laughter(웃음)로 볼 수 있는데 이상하게 들리는 단어다. 호주의 대법원은 High Court라 불린다. 작년 10월 캔버라 연방 대법원 방문 당시 한승헌 변호사가 호주 연방 대법원장에게 물었다. 왜 Supreme Court 가 아니고 High Court라 부르는가. 대답인즉 ‘허허허 글쎄요…’

마지막으로 웃으며 글을 마치자. 한승헌 변호사가 ‘민주화 투쟁’으로 옥고를 치른 후 1980년대 초 세 명의 저항 인사들과 등산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모인 네 명이 ‘불의 한 세상을 보고 제법 짖을 줄도 아는 개 띠(34년생) 동갑’ 이여서 즉석 모임을 만들었단다. 이름을 ‘개 파티’로 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는데 결국 한승헌 변호사의 의견에 합의를 보았단다. ‘개’ 에다가 무슨 ‘파티’냐. 우리말답게 ‘개판’이라 부르자.

면책공고 Disclaimer – 위의 내용은 일반적인 내용이므로 위와 관련된 구체적 법적문제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김성호 변호사 mail@kimlawyers.com.au]

Posted in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