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Captain Courageous

Captain Courageous

세상은 갈수록 세분화와 함께 전문화 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만물박사’라는 칭호가 어지간히 먹혀들어 간 것 같은데 이제는 5-6년간 힘들게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여도 전문분야가 너무 협소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소위 변호사라고 불리는 Solicitor 들도 마찬가지다. 동네 solicitor들이나 작은 사무실들이야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아니지만 시내 로펌들은 인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전문화된 지 이미 오래다. 가령 한 로펌은 세무서의 파산 업무만 도맡아 대행하고 있다. (탈) 세금으로 인한 개인이나 회사를 상대로 파산신청을 대법원에서 진행하느라 일주일에 수십 건의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고 있으니 전문가가 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정작 담당 변호사의 하루 일과는 지루해질 수 있고 삶(일)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는지 나름대로 궁금하다. 더구나 세무서가 로펌을 바꾸는 날이라도 온다면…. 쇼핑센터 Westfield 의 모든 임대 업무를 도맡은 로펌이 있다. 로펌의 파트너가 Westfield의 주인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음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소속된 수십 명의 solicitor들은 일주일에도 수십 개의 임대 서류를 작성하는 전문가들이다. 은행의 융자업무만 대행하는 로펌들도 있다. 역시 수십 명의 변호사들이 허구한 날 융자 서류 작성하느라 무미건조한 나날들을 보내서 그러는지 성격도 딱딱한 사람들뿐인 것 같다.

이와 반대로 소송업무는 소송인 당사자들과 배경이 천차만별이라 항상 흥미진진하다. 소송은 유기적으로 생명력을 가지게 되고 방향이나 흐름을 예측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필자는 물에 두려움이 많은 관계로 바다보다는 산을 선호하는 편이라 파도타기는커녕, 바다수영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배타는 것도 즐기지 않는데 우연치 않게 배와 연관된 소송건 세 개를 맡아 결말을 지은 적이 있었다. 국제항로를 다니는 대형 선박 건이 아니라 개인 소유 요트와 소형 보트를 소재로 한 소송들이었다. 접시 물에 빠져 죽을까 염려하는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약간 생소하겠으나 호주인들에게는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 홀로 세계 일주를 하는 요트인 이 있는가 하면 호주 동부 해안을 오르락 내리며 퇴직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가 상당하다. 서양에서는 경마를 왕족의 스포츠라고 부르는데 요트는 부자들의 장난감이다.

시드니 북부지역의 한 호주인이 ‘자가 요트’를 요트 제작회사에 주문하였다. 최고의 부품들만 사용하고 실내장식도 호마이카로 최고급이었다. 그런데 정작 완성이 되어 물에 띄우고 보니 한쪽으로 기우는 것이었다. 잔금이 이미 치러진 상태고 요트경기 출전 날짜를 목표로 제작 주문된 것이라 계약에 바탕을 둔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양측 전문가들이 각각 조사서를 꾸미고 판사 앞에서 합의를 약속하고 결말을 지었다.

시드니 남서쪽에 사는 그리스계 목수가 친구와 함께 어느 화창한 토요일 보타니베이에 배를 가지고 나가 앵커를 내리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선상파티로 시끌 거리는 화려한 선박이 나타나더니 정면충돌을 일으키고 말았다. 작은 배는 침몰되고 목수와 친구는 물에 빠져 익사 직전에 구조되었다. 잃어버린 금목걸이의 시가로 인하여 보험회사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에 합의로 끝났다. 수영을 못하던 친구는 물에 빠져 가라앉고 있다 구조되었다. 물 마시고, 의식을 잃고…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고 주장했으나 수영을 배우라는 엉뚱한 판결만 받았다.

키플링의 소설 Captain Courageous 의 주인공은 갑부의 망나니 외아들로 호화 여객선에서 바다로 떨어졌다 어선에게 구조되어 어부들과 바다에서 일하며 보낸다. 한마디로 바다 생활 몇 개월 만에 철이 들어 부모에게 돌아가 야무진 재벌 2세가 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입증하는 세 번째 케이스는 부유한 집안의 호주 젊은이가 뉴질랜드까지 아버지 요트로 항해 도중 요트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밤새 홀로 물을 퍼내며 구조선을 기다려 호주로 돌아와서 아버지를 대신하여 요트 제작자를 고소하여 변상을 받아냈다. 바다, 파도, 폭풍, 자연을 대항하여 싸우는 한 인간의 용기, 필자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장엄한 단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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