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앞으로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하여 교민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법률 지식과 경험담을 나누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개척의 삶’을 영위하는 이민자로서 자신의 기반을 닦아가는 이 호주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며 여러 면에서 호주 사회의 ‘이방인’이라는 레이블을 달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간주된다. 호주 이민생활이 ‘수월’해지려면 호주의 문화, 역사, 사회구조 및 호주인들의 전반적 세계관을 알아야 한다는 필자의 신념은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필자의 칼럼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컴퓨터 디스크를 처음 구입하면 format (구조)를 설정한다. 그다음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호주 사회도 1788년 1월 26일 717명의 죄수들과 290명의 자유인들이 Botany Bay에 상륙한 이후 컴퓨터 디스크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기초 요소들로 구조가 설정되었는데 필자의 (변호사) 견해로는 언어(영어)와 법이 그것들이다.
영어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19세기 독일의 철혈 수상 비스마르크가 그의 야심을 꺾으면서 한탄한 것은 북아메리카가 독일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오래전 한국의 한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교수님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영문과 교수가 토목과 교수에게 농담을 건네기를 ‘토목과를 어떻게 학문이라 간주할 수 있겠느냐.’ 이유인즉 밖에서 흙과 바위를 움직여 길 닦는 것이 ‘막노동’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토목과 교수가 영문과 교수에게 이렇게 맞섰다. ‘저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느라 생활했었는데 미국에 가보니까 그곳에선 거지도 영어를 합디다.’ ‘대영제국에 해질 날 없다’에 걸맞게 영국인들이 바다를 누비며 다니다 발을 내디딘 땅에 영어를 정착 시켰다. 그러므로 호주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것이다.
영국인들의 발길이 닿은 땅에는 영국의 언어뿐 아니라 영국의 법(Common Law) 또한 전수되었다. 현재 영국의 법을 바탕으로 한 법률 제도를 갖추고 있는 국가로 호주,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아일랜드, 케냐, 인도, 이스라엘, 말레이시아를 들 수 있다. 이법은 1066년을 기원 년으로 삼으며 기독교와 로마의 법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호주 땅에 도착한 영국인들은 이미 20,000년 전부터 정착해 있었지만 정치적 체제를 갖추지 못 했던 원주민(Aboriginal)을 땅의 소유자로 여기지 않고 호주 전체를 주인 없는 ‘빈’ 지역으로 간주하여 모두 영국 왕의 영토로 선포하였다. 그러므로 1788년 1월 26일 자로 영국 법이 호주 땅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호주는 영국으로부터 투쟁을 통해 독립을 얻은 적이 없다. 아직도 영연방에 소속된 국가로 국가원수가 영국(여) 왕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1986년까지 호주에서의 모든 법률분쟁의 최종 결정권은 영국에 있는 법률기구에 달려있었다. 지난 940여 년간 세세한 부분까지 조목조목 법을 만들어온 Common Law의 영향을 받은 호주 사회에서 법의 영역을 벗어날 수는 없다.
한국에선 흔히 외국에 가면 의사, 목사, 변호사를 알아두면 좋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의 생명의 보전과 직접적 연관을 가진 의사는 예나 지금이나 과연 알아 둘 만하다 하겠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호주를 포함한 서구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생에 최소한 세 번 교회 신세를 진다고 인정했다. 태어나서 세례를 받을 때, 결혼할 때, 그리고 죽어 장례식을 치를 때 교회 목사님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1세기 현재는 이것이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NSW에서는 Registry of Birth, Death & Marriage라는 정부 기관에서 출생신고, 혼인신고와 사망신고를 받고 있으며 결혼예식을 저렴한 가격에 집행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는 앞으로 갈수록 알다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고 더욱이 믿음의 존재가 아니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분쟁의 소지가 있다. 오히려 분쟁이 당연히 있을 것처럼 가정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호주에서는 모든 분쟁을 법에 의존하여 해결한다. 이법도 인간의 발상이라 완벽하지는 않지만 변호사의 도움으로 미연의 방지나 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애석하게도 너무나 많은 한국 분들이 수수료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변호사를 거치지 않고 외양간 짓고 소를 사는 것을 본다. 그리고 소 잃고 나서 변호사가 자신의 소를 찾아주기를 기대한다. 변호사를 포함한 모두 다 소를 찾는 것보다 처음에 외양간을 튼튼히 짓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면책공고 Disclaimer – 위의 내용은 일반적인 내용이므로 위와 관련된 구체적 법적문제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김성호 변호사 mail@kimlawyer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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