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에 올바른 사람을 가리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일컫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연 법 없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기독교의 천당은 아닐 것 같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질서, 약속, 또는 십계명과 같은 법의 신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천당에도 어떠한 법을 통한 질서가 있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찬 사회라면… 아마 무릉도원 아니면 무법천지 일게다. 이 두 가지 중 사람의 본성을 근거한 현실성 있는 선택은 무법천지가 아닐까 한다. 철로를 벗어난 기차가 무용지물이듯 법에 근거하지 않는 사회는 무질서와 혼란의 세계임이 분명할 것이다.
한때 한국에서 ‘지상의 낙원’으로 불리었던 호주는 없기는커녕 마냥 넘쳐나는 법들로 꽉 짜여진 국가다. 오랜 전통의 영국법의 큰 영향을 입은 호주에서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을 통하여 법이 만들어지는데 전자는 국민의 한 표모 선출된 국회의원들이요 후자는 정부가 임명하는 판사들이다. 그러므로 상, 하원을 통과한 안건은 법으로 인정되며 법관이 발견한 일종의 원칙이 판례를 통하여 법의 효력을 갖게 된다.
호주에서 살려면 싫든 좋든, 영어를 하던지 못하던지 호주의 법의 직접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모든 이민자들은 출신을 막론하고 자신들의 모국의 관행과 습관을 쫓아 행동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상식처럼 여기던 사고에서 단번에 벗어나기란 어려울 것이다. 더욱 당혹한 것은 철석같이 의존하던 모국의 법들도 호주 땅에서는 효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용지물 같은 모국의 법에 얽매어 정작 의존해야 할 호주 법은 등한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호주의 각 이민사회는 가히 무법천지에 가깝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호주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호주 땅의 법을 무시한다거나 그것에 무지하다면 우리 한인사회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며 거기에 따라 서로가 입고 입히는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지난주에 언급했듯이 부동산 계약은 Conveyancing Act 1919 s54A에 의거하여 반드시 문서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신참 이민자들도 호주에서는 부동산 매매 업무를 변호사에게 맡긴다는 기본 상식을 갖추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 같기에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다수가 자신의 판단력 부족으로, 성급히 계약서에 서명함으로 아니면 과정상 부주의로 손해는 볼 수 있으나 속임을 당했다고 하기는 흔치않다.
반면에 비지니스 매매 과정은 더 많은 주의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 비지니스 매매는 계약서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고 또 이루어지고 있다. 한 장의 종이에 적힌 영수증을 바탕으로 수십만 불의 비지니스가 오가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에서 변호사의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물론 변호사가 개입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부동산과 달리 비지니스 매각인은 매수인에게 자세한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다만 고의적인 거짓말이나 답변 회피에 따른 법적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매상액, 잔고, 임대, 빚, 고용직원, 고객, 상호, 회사 등록, 자본, 이전, 양도, 경비, 세금, 프랜차이즈 등등 정확히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을 전문가의 조언 없이 ‘믿음’으로 사소하게 여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법 없이도 살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말을 믿고 무담보 융자, 계약금이라던지 모든 거래를 현찰로 할 경우 큰 위험의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호주 사회는 무법천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무릉도원이라고 착각하는. 현자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지 신뢰의 대상이 아니란다. 사람의 말보다 법을 근거로 한 사업 구상, 운영은 모두에게 도움이 될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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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변호사 mail@kimlawyer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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