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도 다음 사실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1975년에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 영국의 축구선수 베컴, TV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영화배우 엔젤리나 졸리가 태어났고 중국의 장계석, 그리스의 갑부 오나시스, 그리고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가 죽었다. 한국에서는 영화배우 최지우, 축구선수 이을용이 태어난 해요 상어 영화 ‘죠스’가 그해 최고의 영화였다. 그러나 1975년은 그 무엇보다 월남이 패망한 해로 기억될 것이며 전쟁의 종말로 말미암아 참전국인 호주와 한국 그리고 호주 한인사회의 역사 속에 깊은 영향을 끼쳤던 해라고 볼 것이다. 호주의 짧은 정치 역사 속에도 1975년은 특히 시끄러웠던 해로 상징적 국가원수인 영국 여왕의 현지 대리인 격인 Governor General이 당시의 호주 수상을 해임하는 유명한 정치사건이 발생한 해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호주에서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사회적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 있었다고 보는데 그것은 1975년에 개정한 가정법 (Family Law Act 1975) 의 출현이었다.
1975년 전까지는 이혼하기가 지금같이 ‘수월’ 하지 않았다. 현 가정법 대신 이혼을 다루었던 Matrimonial Causes Act 1959에 의하면 법적 결혼을 폐지(이혼) 하려면 14가지 조건 중 한 가지를 충족시켜야 했다. 예를 들어 광기가 있다거나, 감옥에 있다거나, 잔학한 행위를 일삼는다든지, 고질적 술고래 아니면 간통할 경우 이혼 신청의 사유가 되었다. 증거가 요구되었고 실제로 이혼을 요구하는 편이 사립탐정을 고용하여 사진, 호텔 투숙 영수증 등등 자료를 뒷받침하여 자신의 주장을 입증시켜야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 당시 아무 ‘죄’ 없이 이혼할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길은 5년 이상 별거인 경우만 가능했다. 이법은 사소한 부부싸움으로 인해, 혹 살다 보니 지루해졌다 하여 제출하는 이혼 신청을 방지하고 ‘결혼’을 보호할 뿐 아니라 진정한 피해자로 하여금 결혼생활을 종료할 수 있는 출구를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이 당시도 만일 부부가 공모하여 작심하고 증거를 조작하면 이혼을 막을 길이 없었다. 단 결혼 3년 미만일 경우 이혼 신청을 할 수가 없었다. 1975년에는 24,257건의 이혼이 허락되었다.
1975년 가정법이 선포된 이후 호주에서 이혼의 단 한 가지 조건은 결혼이 ‘돌이킬 수 없게 깨어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연속 12개월간의 별거가 있었다면 (그리고 별거는 한 지붕 밑에서도 성립이 될 수 있다) 이혼하기란 단순한 행정절차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변호사가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매우 ‘간단’하고 ‘저렴’하게 헤어질 수 있게 됐다. 18세 미만의 자녀가 없다면 가정법원에 갈 필요도 없다. 2년 미만의 부부는 상담을 받은 후에야 이혼 신청을 할 수 있다.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자녀 양육권이나 재산 분배상 분쟁이 있을 경우 만이다.
필자는 호주의 한 가정법이 개정/선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옛 시절의 고통이나 어려움도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잊혀지면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갈 경향이 크다. 하지만 서방국가들이 겪는 사회불안은 청소년의 이탈, 무관심, single parenthood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들은 그 사회에 어떤 결혼관이 지배적이며 얼마나 이혼하기 쉬운가에 달려있다. 동거보다 결혼, 결혼 후에 가정으로 남아 가는 것이 얼마나 안정된 사회를 세우며 정신적, 사회적 고통을 줄이는지 값으로 따질 수 없다. 이제는 시드니의 한인 사회 안에서도 어린아이들과 아버지날 행사를 할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아버지 없이 엄마와 사는 아이들이 너무 많게 된 것이다.
‘고양이 가죽 벗기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 아니다’라는 호주식 표현이 있다. 한 가정 안의 부부문제를 밖에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기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인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쉽고 어려움의 잣대를 사용한다면 갈수록 늘어나는 이혼율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며 거기에 따른 사회적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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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변호사 mail@kimlawyer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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